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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_/전시

비비안 마이어, 어느 멋진 날의 포토그래퍼

by 잔망23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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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 라는 다큐멘터리 봤어?"

아니? 왜? 무슨 다큐멘터리인데?

친구의 뜬금없는 물음에 처음으로 알게 이름이었다. 비비안 마이어. 미스터리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가 대화의 끝에 덧붙였다. 지금 전시회하고 있대. 

 

비비안 마이어는 뉴욕에서 활동한 사진 작가로, 프랑스와 미국을 오고 가며 유년기를 보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유모로 일했다는 것 외에 어디서 누구에게 사진을 배웠는지, 왜 찍은 사진들을 세상에 발표하지 않았는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관심을 받게 된 마이어의 전시회가 성수에서 열렸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 전시회를 먼저 다녀왔다. 의문에 싸인 사진 작가의 사진을 맨 눈으로 보고 싶었다. 비비안 마이어에게 붙는 수식어는 비운의 사진가, 은둔자, 미스터리한 삶 같은 것들이다. 우연한 기회로 발견된 15만 장의 사진들이 세상에 나와 찬사를 받게 되기까지, 비비안 마이어의 이름을 사진 작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평생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유모로 일했던 비비안은 평생을 찍고, 찍고, 또 찍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를 보여준다. 찰나의 예술이라 불리지만, 프레임 안에는 사진기를 든 사람의 눈빛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따뜻했다. 그녀에게 따라붙은 수식어들과는 달리 세상을 낭만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당시의 사회 문제를 프레임 안에 담아내고자 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호기심과 애정으로 기록했다. 

 

 

 

 

마이어는 사진 곳곳에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 자신이 사진을 찍고 있는 거리에서, 타자로 남기보다는 섞여 들어가기를 원했다. 스스로 사진 속으로 들어가 다른 피사체들과 함께 대화하고자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하기에 사진 속 마이어의 모습은 당당하고 위트있다. 

 

계층과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동등한 존재로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로 프레임에 담아낸 그의 사진은 그 따뜻함 때문인지 마치 동화 같다. 뉴욕, 도시의 분주한 거리에서 그저 스쳐가는 일상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는 힘을 가졌던 마이어. 불행한 사진가, 비운의 예술가로 남기에는 강인하고 따뜻했으며, 삶을 살아내고자 했던 비비안 마이어.

 

이토록 멋진 날들을 남겨두고자 했던 마이어와 사진으로나마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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