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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_/가구, 시대의 아이콘

그 자체로 파리 풍경의 일부가 된 의자, A 체어

by 잔망23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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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글자 그대로 산업, 공업적인 느낌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말한다. 폐공장을 카페로 변형한 예가 대표적이다. 산업, 공업적인 느낌이니만큼 대량생산이 가능한 철재, 노출 콘크리트, 폐자재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 감성'에 부합하는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을 끌면서 러프한 인테리어의 카페에 놓인 철제 의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녹이 슨 외형까지도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멋스러운 스틸 의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금속 소재의 의자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의자로 꼽히는 의자가 있다. A 체어라고 불리는 아연 강판 의자이다. 실외용 의자로 제작되었지만 지금은 실내에서도 활발히 사용되는 A 체어를 지금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데는 제작사인 톨릭스(Tolix)와 결을 같이하는 굴곡진 역사가 있다.

A 체어(1934), 출처: 톨릭스(Tolix) 홈페이지

A 체어는 프랑스의 금속 가구 회사인 톨릭스에서 현재까지도 제작하고 있다. 금속 기술자였던 자비에 포샤르(Xavier Pauchard)는 1920년대 초반에 금속 의자의 제작을 의뢰 받았다. 당시 금속이 가구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고, 겹쳐 쌓아 경제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실외용 금속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아연 도금 기술을 개발한 자비에 포샤르는 1927년 프랑스 최초의 아연도금강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톨릭스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1934년 A 체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완성된 A 체어는 얇은 철판에 아연을 도금하여 4.5키로 정도로 무게가 가볍고, 비교적 녹이 슬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또 비를 맞더라도 물이 쉽게 빠지도록 시트 가운데 구멍을 뚫어 실용성을 더했다. 주로 바깥에서 쓰일 용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눈에 띄고 화사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강렬한 색상으로 만들었다. 어느 맥주 회사와의 제휴로 해당 맥주를 납품하는 카페의 실외에는 A 체어가 깔리게 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된다. 1950년대 연간 6만 개의 의자를 생산하며 '파리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라고 소개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 A 체어의 명성을 상상해 볼만 한다. 쨍한 색감의 A 체어와 세트를 이루는 테이블, 줄무늬 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파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맥주 회사와 제휴 관계가 끝나고, 1960년대 값싸고 편리한 플라스틱 가구가 등장하면서 A 체어는 역사 속으로 잊히는 듯 했다. 그러다 파리에 가게를 열기 위해 금속제 의자를 찾던 어느 디자이너가 1983년 톨릭스의 구석에서 A 체어를 발견하게 된다. A 체어를 알아본 디자이너의 열띤 응언에 힘입어 톨릭스는 제품을 다시 한 번 출시하지만, 생각처럼 판매량이 높지 않았다. 그 뒤 가족 경영 체제였던 2004년 톨릭스는 파산하게 되고, CFO로 1974년 톨릭스에 합류했던 샹탈 앙드리오(Chantal Andriot)가 회사를 인수한다. 톨릭스의 잠재력을 믿고 있던 그녀는 20명의 직원과 함께 다시 시작했다. 그를 비롯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전략으로 A 체어의 판매는 증가하게 되었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는 혁신적인 소재 선택과 그 실용성, 미학적 디자인까지 가치를 인정받아 뉴욕 현대 미술관과 파리 퐁피두 센터,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출처: 톨릭스(Tolix) 홈페이지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광택, 무광, 매트 파인 등의 마감과 30여 가지의 컬러 팔레트를 제공해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A체어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본사에서 100% 생산 체인을 관리하며, 의자에 사용되는 부품도 95%가 프랑스 생산이라고 한다. 전 공정을 톨릭스 자체 공장에서 제작하며, 제조 프로세스의 80%가 수작업이라고 하니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 정부는 혁신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A체어를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했고, 톨릭스를 '역사적 가치가 있는 현존하는 중소기업'으로 선정해 2006년 'Enterprise du Patrimoine Vivant' 라벨을 수여했다. 톨릭스의 A체어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들은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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