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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_/가구, 시대의 아이콘

의자의 왕, 한스 베그너 - Y 체어와 발렛 체어

by 잔망23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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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인 한스 베그너(Hans Wegner)이다. 의자의 왕이라고 불리는 한스 베그너는 평생동안 500여 점의 의자를 디자인했고, 그 중 200여 개를 실제로 제작했다. 14살에 가구 공방에서 가구 제작을 배우기 시작해 이미 10대부터 천재성을 인정 받았다고 한다. 그 후 1936년에 덴마크 예술공예 학교에서 2년 간 공부하며 실력을 쌓았다. 졸업 후에는 덴마크 건축계의 거장인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1940년대 들어 전설적인 가구 제작자였던 요하네스 한센과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의자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더불어 실용적이며 편안한 가구를 지향했던 한스 베그너의 디자인은 흔히 '유기적 기능주의'라고 불린다. 북유럽 가구의 선구자적 위치에 선 베그너는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말년까지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갔던 한스 베그너의 의자들은 여전히 그 아름다움과 편안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Y체어(1949), 출저: 카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on) 홈페이지

 

1. Y 체어

한스 베그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Y 체어는 등받이 부분의 Y자가 새 가슴뼈와 닮았다고 해서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라고도 불린다. 카를 한센 앤 선에서 출시된 본래 제품명은 'CH24' 이다. 1943년에 디자인한 차이니즈 체어(Chinese chair)를 발전시켜 새롭게 만들어낸 의자로, 1949년에 개발되었다. 중국 명나라에서 사용하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 카를 한센 앤 선은 기존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디자인과 품질로 선택하는 적정 가격의 가구'를 모토로 내세우고 한스 베그너를 대표 디자이너에 세웠다. 당시 베그너가 작업한 가구 중의 하나가 바로 이 Y체어였다. Y 체어는 공예품이던 의자에 대량생산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제품으로, 역사 상 가장 많이 팔린 목재의자라고 한다.  

출시 후 미국에서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Y체어는 1970년대 들어 북유럽 가구 대신 이탈리아 가구가 인기를 끌면서 잊혀지는 듯 보였다. Y 체어의 부활을 이끈 것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역할이 컸다. Y체어를 자신의 건축 사무소에서도 사용할 만큼 좋아했던 안도가 자신이 디자인한 건축물에도 Y체어를 들여놓았고, 안도의 건축이 유명세를 타면서 다시금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골조를 드러낸 노출 콘크리트 건축이 바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스타일인데, 그 안에 목재와 종이를 꼬아 만든 시트로 만들어 따뜻한 느낌의 Y 체어를 배치함으로서 서로의 질감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발렛 체어(1953), 출처: PP 뫼블러(PP Mobler) 홈페이지

 

2. 발렛 체어(Valet Chair)

한스 베그너의 작품 중에서도 공예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최고에 달했다고 꼽히는 의자다. 1953년 덴마크 왕실에 납품하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치고 고쳐 완성했다고 한다. 건축학자였던 스틴 아일런 라스무센(Steen Eiler Rasmussen)과 디자이너 카이 보예센(Kay Bojesen)과 함께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공간 활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된 디자인이었다. 의자의 등받이에는 겉옷 상의를 걸수 있고, 좌판을 들어올리면 바지 등을 접어서 걸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올려진 좌판 내부에는 서랍같은 공간이 있어 지갑이나 열쇠 같은 소지품을 넣어둘 수 있는 구조이다. 발렛 체어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 후, 원래는 4개의 다리로 디자인되었던 의자를 보고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9세가 주문을 넣었다. 주문을 받은 베그너는 고민 끝에 다리가 4개가 아닌 3개로 디자인 수정을 거듭했고, 현재와 같은 발렛 체어를 완성해 덴마크 왕실에 전달했다. 발렛 체어는 현재 PP 뫼블러에서 제품명 PP250로 제작하고 있다. 하나하나 수작업을 거쳐야 하고, 주문량이 많아 받아보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처음 디자인을 완성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하나의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무수한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발렛 체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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