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대량 생산 가구, 토넷 의자 No. 14

토넷의 의자 214, 출처: 토넷(THONET) 홈페이지

 

미하엘 토넷(Michael Thonet)은 근대 가구 디자인에 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토넷은 처음으로 의자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 시켰고, 운송의 편의성을 고안했으며, 특허 획득과 카탈로그 등으로 영업 전략을 사용했다. 여기에 더불어 오랫동안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미감의 디자인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은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는 '디자인 가구'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독일의 보파르트(Boppard)에서 태어난 토넷은 목수 견습생을 거쳐 독립하여 캐비닛을 만들었다. 보파르트는 라인 강변에서 가라는 풍부한 서양너도밤나무로 목공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독자적으로 가구를 제작하던 미하엘 토넷은 1841년 코블렌츠 전시회에 참여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 전시회를 계기로 리히텐슈타인 궁전의 가구 제작을 맡게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1830년대부터 목재를 이용해 구부러뜨리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1841년 독자적인 곡목(Bentwood) 기술을 완성해 특허를 획득했다. 토넷의 곡목 기술로 만들어진 벤트우드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우아한 디자인의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토넷의 의자 214, 출처: 토넷(THONET) 홈페이지

 

1859년 토넷이 발표한 의자 No.14는 20세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현대적인 디자인 가구 개념의 모델이 되었다. 1862년 런던국제가구박람회에도 출품되어 19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천만 개가 팔렸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의자 No. 14는 지금도 카페나 스튜디오, 가정집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당시에도 카페 등 상업 시설에서 많이 사용되어 '커피 하우스 의자' 라는 별명이 붙은 의자 No.14가 16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은 모델로 끊임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최초의 대량생산 의자였다는 점, 그리고 당시 시작된 지 얼마 안된 특허제도를 활용해 기술을 독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의자 No.14의 대성공 이후 토넷은 연이어 경제적이면서도 미관도 아름다운 컬렉션을 연이어 발표하며 가구 디자이너로 더욱 공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토넷이 특허를 획득한 곡목 제작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곧은 서양너도밤나무 줄기를 대패를 이용해 일정한 정사각형의 각재로 만들고, 각재를 원기둥 모양으로 다듬은 뒤 물에 담가 둔다. 불린 목재를 필요한 길이로 잘라 100도 이상의 수증기통에 넣고 1~2시간을 쪄내 물렁한 각재를 만든다. 이를 원하는 형태의 금형에 끼워 20시간동안 70도에서 건조시키고, 다시 35도에서 건조한다. 굳은 나무를 빼내어 다듬어 의자를 만들면 No. 14 처럼 아름답게 휘어진 형태를 얹을 수 있다. 과거 여러 조각의 목재를 아교 등의 접착제로 이어 붙였던 것에 비해 부분별로 한 번에 구부려 사용하므로 분해될 가능성이 낮다. 또한 목재의 접합부를 정교하게 조각해 붙였던 과거와는 달리 금속나사로 조립해 생산의 용이성을 더했다. 이러한 생산의 편의성은 운송에서도 마법을 발휘했다. 단 6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조립이 간편했기 때문에 완성품이 아닌 부품 상태로 운송할 수 있었던 것이다. 1m3의 상자 안에 36개의 의자 부품이 쌓인 채로 운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생산단가와 물류단가를 모두 줄인 덕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편안함을 갖춘 의자임에도 당시 와인 한 병 보다 저렴한 판매가 가능했고,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판매량을 세울 수 있었다. 

 

미하엘 토넷이 세운 합작회사 MUNDUS는 유럽 각지에 공장을 세워 다양한 곡목 가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제 1차 세계 대전과 제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회사는 해체되었고, 독일의 THONET, 체코의 TON, 오스트리아의 GTV, 폴란드의 PAGED, 폴란드의 Fameg 등으로 나뉘어 토넷 의자를 생산하고 있다. 이 5개 회사가 토넷 의자의 정식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제조사이며, 회사 별로 조금씩 변형되어 각 회사의 개성을 살려 생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토넷 의자 생산 회사인 THONET과 TON에서는 각각 214와 의자 14로 이름붙여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