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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_/가구, 시대의 아이콘

바우하우스 1기생,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

by 잔망23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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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운영되었던 독일의 조형예술학교이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한 바우하우스는 기술과 예술을 종합하는 실용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전까지 귀족의 전유물이던 값비싸고 화려한 공예품들과는 달리, 합리적인 가격과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조형을 지향했다. 나치의 탄압으로 폐쇄되었지만, 바우하우스의 교장이던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Less is More(적을수록 풍요롭다)."는 모더니즘의 슬로건이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다양한 소재와 파격,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으로 모더니즘의 문을 활짝 열었고, 바우하우스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조형예술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는 이 바우하우스의 1기 졸업생 이었다. 졸업 후에는 교수가 되어 바우하우스에서 가구 제조를 가르치기도 했다. "누구나가 어디에서나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는 다양성이 필요하며 나아가 형태는 단순하고 또한 완전한 기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철학으로 건축과 가구를 디자인했다. 

 

 

1. 바실리 체어 (Wassily Chair, 1925)

바실리 체어(1925) 출처: Knoll 홈페이지

이전까지 목재를 중심으로 생산되던 의자와는 달리, 강철관이라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소재를 선택했다. 마르셀 브로이어가 자신의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마치 건축물의 골조처럼 강철 파이프를 연결해 구조를 만들고, 거기에 천을 팽팽하게 연결해 몸을 지지하는 형태이다. 기존의 의자 형식을 깨는 행보였다. 규격화된 강철관으로 생산이 편리하고, 운송에도 용이했다. 조립과 관리가 간편하면서 디자인 또한 아름다움을 갖춘, 자신이 가르치고자 한 바우하우스의 이념에 합치되는 의자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이름은 'B3' 였으나, 동료 교수였던 바실리 칸딘스키에게 선물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바실리 체어라고 불리게 됐다. 1960년대 가비나가 B3를 재생산하면서 천이 아닌 가죽으로 소재를 바꾸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스틸 파이프에 검은 가죽으로 이뤄진 모습이 되었다. 1968년 Knoll이 가비나를 인수하면서 지금은 Knoll에서 생산되고 있다. 

 

 

2. S32, S64 (Cesca Chair, 1929)

좌판과 등판이 나무 줄기를 엮은 라탄과 벤트 우드(Bent wood - 곡목, 구부러뜨린 목재)로 되어있고, 강철관으로 캔틸레버 형식의 다릿발을 만들었다. 라탄 스타일 인테리어가 몇 년 전 유행하면서 카피도 많이 보이는 제품이다. 캔틸레버는 본래 건축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한쪽 끝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보나 빔, 플랫폼 등을 일컫는 형식이다. 이를 의자에 적용해 한 방향에만 지지 다리를 만들고 다른 한쪽은 없애 긴장감과 조형미를 준 것이다. 사실 기존의 의자 개념을 부숴버린 의자 이 디자인의 특허는 마르셀 브로이어가 아닌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마르트 쉬탐이 가지고 있다. 마르셀 브로이어가 캔틸레버 형식으로 만든 첫 번째 의자는 B33(1926)였는데, 이 의자가 발표되기 몇 개월 전에 마르트 쉬탐이 먼저 선보여 특허를 획득했다. 그러나 디자인과 안정감 면에서 마르셀 브로이어의 B33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S32(1929) 출처: THONET 홈페이지

 

S32는 이러한 캔틸레버 양식의 강철 다릿발이 주는 긴장감과 모던함에 나무줄기를 엮은 소재를 사용해 따뜻함을 더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팔이 없는 형식이 S32, 암 체어 형식이 S64이다. 마르셀 브로이어 딸의 이름을 따 세스카 체어라고도 불린다. 브로이어가 토넷(THONET)사와 강철관을 사용한 가구들을 제작하는 협약을 맺은 이래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후 마르셀 브로이어가 이민을 가면서 디자인 제조권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브로이어는 자신의 제조권을 가비나에게 주었다. Knoll이 가비나를 인수하면서 Knoll에서도 생산되게 되었다. 현재 토넷에서는 S32, S64라는 이름으로, Knoll에서는 세스카 체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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