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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_/가구, 시대의 아이콘

예술을 위한 기술적 혁신과 노력, B&B Italia (1)

by 잔망23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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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 이탈리아는 1966년 설립된 세계적인 가구 메이커 브랜드다.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가 하나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인식되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디자인 어워드인 황금 콤파스상(Compasso d'Oro)을 4번이나 수상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브랜드인 B&B 이탈리아의 역사는 기술적 혁신과 흐름을 같이 한다.

피에로 암브로지오 부스넬리(Piero Ambrosio Busnelli)가 B&B 이탈리아를 설립하게된 계기부터 소파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계기가 됐다. 소파 내부에는 모양을 잡는 틀 역할을 하는 목재와 충전재인 우레탄, 즉 스펀지 등이 있다. 스펀지는 주로 네모 모양으로 제작되는데, 이를 필요한 형태로 성형해서 소파 안에 넣게 된다. 때문에 스펀지의 형태를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 피에로 부스넬리는 우연히 장난감을 만드는 저온 발포 몰드 우레탄 공법의 시연을 보게 되었고, 이 방법으로 소파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원하는 모양을 우레탄으로 바로 성형하면 목재와 스펀지의 디자인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는 혁신의 시작이었다.

발포 우레탄으로 소파를 대량생산하겠다는 목표로 부스넬리는 가구 업계의 거물인 카시나의 경영자를 찾아가 출자 원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공동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현재 B&B 이탈리아의 전신으로 1966년 세워진 C&B 이탈리아(Cassina & Busnelli Italia)이다. 카시나는 자본금의 50%를 출자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해 대량생산 가능한 효율적인 공장을 만들었다. 업계 일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던 카시나 덕분에 부스넬리도 그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었고, 디자이너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저온 발포 몰드 우레탄 공법이라는 기술을 통해 자신들이 상상한 다양한 형태의 소파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창작욕을 자극받은 것이다. 이렇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디자인의 소파들이 시장에 등장하게 되었다. 

지금도 B&B 이탈리아는 연간 매출의 3%이상을 연구 개발에 다시 투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심지가 B&B 이탈리아를 계속해서 입지전적 위치에 있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새로운 것, 뭔가 다른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이 있을 때 가능한 법이다.  

 

Serie UP 5 5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UP50 (2019), 출처: B&B Itaila 홈페이지

 

1. Serie UP 5 (세리 업5, 1969)

B&B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대표적인 소파로, 컨템퍼러리 이탈리아 디자인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다.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가 디자인한 암체어는 1969년 출시됐다. B&B 이탈리아의 제품 중 황금 콤파스 상을 수상한 첫번째 소파이다. 68혁명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당시 유럽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UP 시리즈는 '여성성'에 대한 질문과 도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UP 5의 풍성한 곡선을 보고 있으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떠오르는데, 고대의 여신상(Fertility goddess)을 표상했다고 한다. UP 5의 오토만 역할을 하는 UP 6 는 구 형태로, UP 5에 연결되어 있다. 마치 발목에 쇠사슬을 단 죄수를 떠오르게 한다. 가에타노 페셰는 여성의 전통적인 페르소나와 함께, '여성'이 짊어진 무게와 속박을 세리 UP5 암체어와  UP6를 통해 표현했다.

B&B의 폴리우레탄 형성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UP5 암체어를 마주하고 첫인상에 대한 감탄이 끝나면,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 묵직한 소파를 어떻게 옮길까 하는 문제이다. 전체가 폴리우레탄 소재인 UP5는 진공 포장되어 운반된다. 포장을 풀면 천천히 팽창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공개 당시에는 신박한 소재로 운송에 편의성을 갖춘 UP 5의 언패킹 장면이 일종의 쇼처럼 관람되었다고 한다. 

1973년 우레탄 성형 시 사용되었던 프레온 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되면서 생산이 중지 되었다가,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 재출시되었다. 이렇듯 UP 시리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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