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리트벨트(Gerrit Thomas Rietveld)는 네덜란드 출생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이다. 아버지의 가구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법을 배우고 1911년 자신의 가구 공방을 세웠다. 1917년 몬드리안과 반 되스부르크가 중심이 되어 만든 데 슈틸(De Stijl) 그룹에 1919년 합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형태에 충실한 가구와 건축의 대량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1920년대 말부터는 신실용주의(Nieuwe zakelijkheid, 새로운 객관성 : 네덜란드의 건축 운동)에 영향을 받아 데 슈틸의 디자인 원칙을 건축에 적용한 실용적이고 기능주의적인 건축을 추구했고, 저렴한 생산 방법과 표준화를 통한 사회주택에 관심을 기울였다.
데 슈틸은 1917년부터 1931년까지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으로, 순수한 추상화로 형태와 색상의 본질을 탐구했다. 형태적으로는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직선과 수평선, 수직선만을 사용하고, 색상은 원색과 무채색인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흰색, 회색을 사용했다. 또한 각 요소가 다른 요소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명확성, 단순성, 논리성을 가지고 디자인했다. 리트벨트 역시 이러한 원칙 아래 의자의 본질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의자를 연구했다. 형태와 구조의 순수함을 찾아내려고 한 그의 노력은 이후 모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리트벨트는 데슈틸 운동의 지지자이자 네덜란드 사교계의 명사였던 Truus Schröder-Schräder를 위해 1924년 건축한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Rietveld Schröder House)로도 유명하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 건물은 간결한 형식과 공간미로 데 슈틸 건축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1. 적청의자 (Red and Blue Armchair, 1918)
20세기 초 모더니즘이 추구한 형태와 구조의 순수함을 의자에서 구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기존의 팔걸이의자에서 더 이상 뺄 수 없는 부분만을 남긴 것이 적청 팔걸이의자이다. 의자의 순수한 기능인 '앉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등받이와 좌판,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구조만을 남겼다. 두 장의 얇은 합판과 너도밤나무 각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사로 조립했다. 처음 디자인에서는 적청 의자의 상징 같은 빨강, 파랑, 노랑의 컬러 도장도 없었다고 한다. 단일하게 검은색만으로 만들어 선과 면을 강조하려고 했다. 그러나 데 슈틸에 들어가면서 신조형주의의 색채 기준을 적용한 색을 입혔고, 적청 의자의 상징적인 컬러가 되었고, 이름 역시 적청(Red and Blue)이라 붙여졌다. 적청 의자는 의자를 장식품이 아닌 구조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바우하우스에도 영향을 끼쳤고,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 등에도 밑바탕이 되었다.
2. 지그재그 의자 (Zig-Zag Chair, 1932)
게릿 리트벨트의 본질 탐구는 계속되었다. 장식적이고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고 의자의 기능만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연구를 적청의자 이후에도 이어갔고, 지그재그 의자가 탄생했다. 리트벨트는 단 한 장의 직사각형 합판을 이용해 의자를 만들고자 했다. 의자에 필수적인 요소인 등받이, 좌판, 다리 3요소를 하나의 판을 4개로 나눠서 만든 것이다. 마르트 슈탐(Mart Stam)의 캔틸레버 의자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2개의 기둥이 아닌 하나의 판이 하중을 견디도록 디자인했다. 일반적인 의자와 달리 다리와 좌판이 직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45도로 기울어져 연결되어있다. 불안정해 보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조형미가 돋보인다. 각각의 면은 대각선, 수직선, 수평선을 이룬다. 데 슈틸이 추구하고자 한 선과 면만으로 이뤄진 순수한 조형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등받이와 좌판, 다리가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지그재그 의자는 이후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의 판톤 의자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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