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는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황금 콤파스상(Compasso d' Oro)을 8번이나 수상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리나 센 떼(Linascente) 백화점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경험한 뒤 1962년 마르꼬 로마노와 동업해 건축 사무소를 열었다. 이후 1973년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 벨리니'를 오픈, 다양한 산업 디자인과 건축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저명한 건축 잡지인 '도무스(Domus)'의 편집장으로도 일했고, 여러 예술 교육 기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벨리니는 젊은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30대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인전을 연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리베티 사의 타자기와 계산기, 루브르 박물관의 이슬람관, 도쿄 디자인 센터, 호주의 빅토리아 박물관, 밀라노 컨벤션 센터, 스메그 주방 가전 등 그의 작업은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른다.
1. Le Bambole (인형 소파, 1972)
1972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포스터가 있었다. 금발의 모델이 상체를 탈의하고 가슴을 드러낸 채 포즈를 취한 포스터였다. 일명 '젖가슴 소파'로 불리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 소파의 이름은 르 밤볼레(Le Bambole), 인형 소파였다. 마리노 벨리니가 디자인한 이 소파는 양쪽 팔걸이가 위를 향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이 정말 여성의 가슴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요즘 말로 하면 어그로를 제대로 끈 덕분에 르 밤볼레 소파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79년 황금 콤파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리노 벨리니의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설명한 B&B 이탈리아의 전신, C&B 이탈리아에서 적용한 저온 발포 몰드 우레탄 공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온 발포 몰드 우레탄 공법은 하나의 큰 틀을 만들어 제작하기 때문에 소파 전체가 하나의 우레탄으로 이뤄지게 된다. 때문에 모양이 겉감 아래에서 틀어지거나 변형될 걱정이 없고, 기존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렵던 디자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탄력 있는 소재로 착석감도 좋다. 꾸준히 B&B 이탈리아의 대표 모델 중 하나였지만,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B&B 답게 현재는 구조가 달라졌다. 폴리우레탄 소재를 최소화하고 재활용 폴리에틸렌의 비중을 높였으며, 업홀스터리 역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2022년 올해는 50주년을 맞이한 르 밤볼레는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 Camaleonda (카멜레온다 소파, 1970)
요즘은 심심치 않게 보이는 모듈 소파의 1세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멜레온다(Camaleonda) 역시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했다. 환경에 따라 겉모습을 바꾸는 'Cameleon' 바다와 사막의 곡선을 의미하는 'Onda'를 합쳐 기하학적인 모듈을 무한하게 조합할 수 있는 이 소파를 '카멜레온다' 라 이름 붙였다. 최근 리뉴얼해 재출시하면서 내부 구조를 업그레이드해 재활용 가능한 소재의 사용 폭을 넓혔다고 한다. 외양은 1970년 출시하던 때와 동일한데, 마리오 벨리니가 고안한 케이블과 후크, 링 시스템이 카멜레온다 소파의 핵심이다. 올록볼록한 우레탄 패딩 시트는 마치 몇 개의 픽셀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같은데, 각각의 교차점에는 링이 있다. 등받이와 팔걸이에는 케이블과 후크가 있어 원하는 위치에 후크와 링을 연결해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완전한 모듈형 소파로, 원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하며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카멜레온다의 역동성과 무한한 가능성은 사용자에게 뜻밖의 즐거움과 발견을 선물한다. 2000년대 이후 잠시 판매가 중단되었다가 2020년 화려하게 다시 돌아왔는데, 판매 중단 시기에도 빈티지 시장의 보물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카멜레온다는 아이코닉하고 특별한 모델로 인정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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