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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_/가구, 시대의 아이콘

환상과 꿈의 나라에서 온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

by 잔망23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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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판톤 (Verner Panton)을 검색하다 보면,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E)과 관련된 정보와 혼용된 결과들이 나올 때가 있다. 올해의 컬러를 발표해 디자인, 인쇄, 섬유, 플라스틱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팬톤 컬러를 발표하는 회사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이름이 비슷해서만은 아니다. 베르너 판톤은 "색채는 형태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할 만큼 어떤 디자이너보다 색채를 중시했다. 다양한 소재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판톤만의 위트와 철학이 느껴진다. 

건축학을 공부하고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55년 독립해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플러스리니에(Plus-Iinje)사에서 제작한 콘 체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따뜻한 자연의 색은 판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았다. 대신 판톤은 선명한 원색의 색채와 플라스틱 소재 사용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 전통을 따르지 않았지만, 내구성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원칙은 판톤의 가구에서도 드러난다.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의 영향으로 VP Globe, Fun, Panthella 등 그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조명도 여럿 발표했다. 

단순한 형태에 과감한 색상, 새로운 소재를 과감하게 도입해 만든 판톤의 작품들은 동화 속 세상에서 건너온 것만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를 대표하는 작품을 고른다면 콘 체어와 판톤 체어, 그리고 판타지 랜드스케이프일 것이다. 

 

 

1. 콘 체어 (Cone Chair, 1958)

 

Cone Chair(1958), 출처: Vitra 홈페이지

 

홀스텐 호텔의 레스토랑을 위해 디자인된 의자로,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일체형 의자이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엑스자 다리와 회전축에 원뿔형 시트가 확장되면서 좌방석과 등받이, 팔걸이를 이루고 있다. 콘 체어의 연장선으로 등받이가 하트 모양으로 펼쳐진 하트콘 체어도 연이어 발표했다. 콘 체어는 팝아트적이면서도 모던한 디자인과 과감한 색상으로 디자인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베르너 판톤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2. 판톤 체어 (Panton Chair, 1959/ 1967)

 

Panton Chair(1959), 출처: Vitra 홈페이지

 

순수하게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어진 최초의 캔틸레버 의자이다. 게릿 리트벨트의 지그재그 의자의 전통을 따른 S자 형태로, 등판과 좌판, 다리가 하나로 이루어진 일체형 의자다. 판톤이 이 의자를 고안했을 때는 1959년이었으나, 금형 사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실현하기에 매우 어려운 디자인이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1967년으로, 허먼밀러와 비트라(Vitra)에서 제작되었다. 화이버 글라스(섬유 유리)와 폴리에스터로 생산했으나 수작업이 필요해 매우 비싼 값에 판매되었다. 이후 폴리우레탄 하드폼으로 제작했으나 발포 공정 시에 공백 부분이 생겨 추가로 컬러 래커 등을 작업해야 했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환경 문제 등으로 제작이 중단되었다가, 1990년대 말에 들어서 합성수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 문제점을 개선하여 비트라(Vitra)에서 제작하고 있다. 이미 염색된 플라스틱 미립자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후가공이 필요하지 않다. 판톤은 물론 비트라의 대표작이 된 판톤 체어는 이렇듯 끈기와 노력 끝에 탄생했다. 

 

3. 판타지 랜드스케이프 (Fantasy Landscape, 1970)

 

Fantasy Landscape(1970), 출처:Vitra 홈페이지

1970년 퀼른 가구 박람회의 Bayer 사를 위해 연속적으로 디자인한 공간 중 하나로, Bayer 사의 가정용 합성 섬유를 홍보하기 위해서 제작되었다. 수직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닌 유기체 같은 이 공간은 가구와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가구가 곧 공간'이 된다. 목재 프레임의 사각 공간 내부에 폼을 사용해 불규칙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진 돌출부를 만들었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자세로 몸을 누이는 아늑한 동굴 같은 장소이다. 외부에서 빛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내부에 색색의 조명을 배치했다. 빨강, 주황, 보라, 노랑의 빛이 일렁이는 공간은 한층 더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환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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