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다.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감성 열풍이 한 풀 꺾이고, 몇 년 전부터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가 열풍이다. 1945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의 디자인 경향을 가르키는 미드 센추리 모던을 좋아한다면 잊어서는 안 될 디자이너가 있다. 현대 가구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디자이너를 꼽히는 이름, 미드센츄리 모던의 상징적인 존재. 바로 임스 부부이다.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는 그전까지 유럽 중심으로 펼쳐졌던 디자인 중심지를 미국으로 옮기며 20세기 중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플라스틱 가구의 개척자로 알려진 찰스 임스가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것은 사실 합판을 활용한 가구였다. 그는 워싱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모더니즘의 거장 미스 반 데 로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의자가 성공하는 것을 눈여겨 봤던 임스는 합판 가구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에서 만난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과 합판 가구 제작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합판 의자는 1940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주최한 '가정용 가구의 오가닉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했다. 이 공모전은 구조, 소재, 그리고 목적의 조화를 이룬 가구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는데, 임스와 사리넨의 의자가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알바 알토와 마르셀 브로이어에게 호평을 받으며 당선되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의자는 생산되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었으나 찰스 임스는 이 의자를 디자인하며 레이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레이 임스는 무용을 공부하다 진로를 바꿔 디자인학교인 크랜브룩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찰스 임스 역시 전공 과정을 워싱턴 대학에서 마치지 않고 크랜브룩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이어나갔고, 사리넨과 공모전을 준비하다 여기에 도움을 준 레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결혼 후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임스 부부는 옥외 변압기에서 고압 전류를 몰래 끌어다 쓰면서 합판 가구 실험을 계속했다. 당시 제 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임스 부부는 합판으로 부목을 제작해 군에 판매했다. 이때 생산을 의뢰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디트로이트에 있는 어느 회사에 흡수되게 된다. 이 회사를 위해 합판으로 제작한 어린이용 의자와 장난감, 그리고 LCW의 원형을 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한 비공개 전람회에 1945년 출품하게 되는데, 이 출품작들이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의 눈에 띄게 되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람회에서 허먼 밀러(Herman Miller)사가 LCW에 관심을 보이면서 LCW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의 이름 역시 빛을 내게 되었다.
임스 부부는 이후에도 합판 가구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소재와 신기술을 접목해 가구를 만드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1900년대 초반까지도 작은 부품 정도로만 쓰이던 플라스틱을 195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찰스 임스와 에로 사리넨이다. 임스는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이전의 가구재로는 불가능했던 유기적인 형태를 창조해냈다. 또 임스 부부는 합리적인 가격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동시에 아름답고 정교한 디테일을 갖춘 가구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지켜냈기에 지금까지도 우리는 임스 부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테다. 1978년 8월 21일 찰스 임스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 같은 날에 레이 임스도 눈을 감았다고 하니, 마지막까지도 완벽한 파트너였던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을 보여주는 듯 하다.
1. LCW (Lonunge Chair Wood, 1945)
알바 알토의 곡목 기술을 적용하고, 싼 값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등받이와 좌판, 다리, 중심을 잡는 틀을 합판으로 만들어 탄성고무를 사용해 연결했다. 유기적이고 인체공학적인 구조로 편안한 착석감을 자랑한다. LCW의 아름다운 형태는 레이의 역할이 컸다. 미술을 배운 레이는 찰스에게 없는 조형 감각이 있었다. 찰스와 레이가 함께 일하면서부터 디자인의 미적 균형은 크게 향상되었다. 1999년 <타임> 지가 선정한 '세기의 의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LCW는 세월이 지나도 우아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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